[SBC금융컨설팅]그림자은행 뱅크런이 화를 부른다.
그림자은행[shadow banking system] 뱅크런이 화를 부른다.
◇ 그림자은행이란?
머니마켓펀드, 주식 딜러, 헤지 펀드를 비롯한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고수익 고위험 채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유동성을 새롭게 만들어낸다.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대형 은행이나 보험회사의 그늘에 가려 있다 해서 ‘그림자’라는 말을 쓴다.
즉, 예금을 대출해 착실하게 이윤을 남기는 정통 은행업이 아닌 비(非)은행권 금융업을 그림자금융(새도우뱅킹)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인수·합병(M&A) 같은 돈벌이나 파생상품-헤지펀드-사모(私募)펀드로 대박을 터뜨리는 영업이 대표적이다.
그림자 은행(Shadow banking system)이라는 말이 전문가들 사이에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0년밖에 안 된다. 세계 언론이 그림자 은행에 주목한 것은 최근이다. 금융위기 발발 후 응달에서 독버섯처럼 퍼진 파생금융상품을 원흉으로 지목하면서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 그림자금융 실패 사례
1. 세계금융위기
우리는 지난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를 기억하고 있다. 2008년을 전후로 세계경제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으로는 글로벌 불균형부터 시작해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로 작용한 것은 이른바 그림자은행(shadow bank)에서 발생한 뱅크런이었다. 금융 회사들은 본업(本業)으로 떳떳하게 돈을 벌기보다는 감시가 허술한 파생상품을 개발, 한탕주의로 내달렸다. 씨티은행·AIG의 몰락에서 우리는 그림자 금융의 음험하고 파괴적인 얼굴을 목격하고 있다. 이런 회사 국제결제은행(BIS비율) 같은 감시와 견제가 따르는 은행업·보험업보다는 CCTV 카메라가 없는 그늘에서 복면을 쓴 채 로또식 금융에 열중하다가 처참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2. GM과 GE의 사례
GM의 붕괴 과정을 잘 살펴보자. '회사는 죽어도 나는 살아야겠다'는 노조가 대형 몰락극(劇)에서 돋보이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동차 할부 금융을 공급하는 금융 계열사의 부실이 동반 자살을 재촉하고 있다. 판촉을 위해 키워왔던 금융회사가 거꾸로 판매를 위축시키는 역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최상의 성공 모델로 경영학자들의 칭송이 자자하던 GE도 똑같은 팔자다. 그룹 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금융업에서 벌었던 것이 바로 몇 해 전이다. 그런 경영 다각화를 흠모하며 한국 경영인들이 그 유명한 크로튼 연수원에 비싼 수업료 내고 경쟁적으로 입소했었다. 하지만 최근 GE는 제조업에 집중하기로 경영 노선을 수정했다. 어음(CP)이 부도에 몰려 중앙은행(FRB)의 구제금융을 받고 가까스로 살아난 후, 알짜사업으로 숭배해오던 금융업을 축소 중이다.
◇ 그림자은행 뱅크런
그림자은행은 거시적으로는 잉여자금의 조달과 운용을 중개한다는 점에서 상업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했지만, 상업은행에 적용되는 예금보호제도와 지불준비금 등의 금융규제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점에서 다르다. 일반은행의 뱅크런은 대출 부실 우려에 따른 예금자들의 자금인출 시도를 뜻한다. 이에 반해 그림자은행에서의 뱅크런은 투자 손실 우려로 단기부채의 차환이 곤란해질 경우에 발생한다. 2008년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투자은행을 파산시킨 직접적인 뇌관은 단기금융시장에서의 차입 곤란에 따른 유동성 위기였다. 프린스턴대학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를 “21세기판 뱅크런”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 한국판 뱅크런
최근 우리 금융시장에서 PF대출 부실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사건들은 뱅크런의 두가지 유형 모두와 관련된다. 부동산 PF에서 시행사가 시공사(건설사)의 지급보증을 얻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은행대출이고 둘째는 유동화전문회사를 통해 자산유동화증권(ABS) 또는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는 것이다.
피에프 대출과 관련해서는, 몇몇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로 인해 전반적인 심리가 불안정한 가운데 은행직원의 불법대출 관련 혐의가 해당 저축은행의 전반적인 부실 우려로 확대 해석되면서 예금인출이 쇄도하는 등 사실상의 뱅크런으로 발전한 바 있다.
그리고 2006년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과 관련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발행이 주를 이뤄왔는데, 자산유동화 기업어음은 단기자금인 기업어음(CP)의 일종으로서 만기 3개월~1년 내외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몇 년이 걸리는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의 성격을 고려할 때, 자산유동화 기업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에는 만기불일치 위험이 내재돼 있다. 차환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셈이다. 피에프 자산유동화 기업어음 투자자들은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단위 농협과 신협, 금고와 개인투자자 등인데, 2009년 이후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부도가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피에프 부실화 우려 등을 이유로 자산유동화 기업어음 차환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지급보증 의무를 떠안고 있는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예금 대신 단기차입에 의존함으로써 불가피해진 만기불일치 위험, 투자자들의 자금회수로 인한 유동성 위기(뱅크런) 가능성 등 자산유동화 기업어음을 이용한 피에프 사업방식은 그림자은행의 특성과 매우 유사하다. 만약 차환에 차질이 발생해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이를 그림자은행 뱅크런의 한국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림자금융시스템 규제 강화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제7차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에서 '그림자금융시스템(shadow banking system)에 대한 규제 강화 권고안'과 6개 지역자문그룹 설립이 승인됐다.
'그림자금융시스템에 대한 규제 강화 권고안'은 그림자금융시스템의 정의와 효과적인 모니터링과 규제방안을 담고 있고, 6개 지역자문그룹 설립은 그동안 FSB 비(非)회원국의 참여 확대를 위해 추진돼 왔다.
6개 지역자문그룹에는 미주, 아시아, 독립국가연합(CIS), 유럽, 중동·북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Sub-Saharan Africa) 등이 포함된다.
◇ 그림자은행과 한국금융위기
현재 몇몇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로 인해 전반적인 심리가 불안정한 가운데 저축은행의 전반적인 부실 우려로 확대 해석되면서 예금인출이 쇄도하는 등 뱅크런에 대한 불안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또한 자산유동화 기업어음 시장의 경색으로 인한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는 해당 건설사가 채무보증을 했거나 관여하고 있는 다른 사업으로 파급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와 건설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부정적인 징후들도 있다. PF 대출이 점차 감소하는 반면, 자산유동화 기업어음 발행은 반대로 증가하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시중은행 PF 대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차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자산유동화 기업어음이 증가하는 현상은 전체 PF의 질이 나빠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PF 정상화 뱅크의 설립방안 등을 비롯한 정책당국의 대응은 PF 대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자산유동화 기업어음 시장의 위험은 상대적으로 간과하고 있다.
뱅크런의 역사적 경험은 실제로는 부실이 심각하지 않더라도 단지 부실 우려가 확산되는 것만으로도 금융시스템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우리 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는 PF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이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한 사전 경고임을 깨닫고 그림자은행의 무차별적 파생금융의 탐욕에서 벗어나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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