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C주택정보] 작은 것이 아름답다. (소형주택 전성시대)

작은 것이 아름답다. (소형주택 전성시대)



E.F.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A Study of Economics as if People Mattered)''는 책이 있습니다.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간 중심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주장을 하는데 대량 생산의 문제, 이로 인한 유한 자원의 무한적 소비 경향, 공업 자원과 인간 욕구에 대한 자연의 허용 한도, 대규모 조직의 문제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 1~2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주택(아파트)시장에도 소형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에는 이미 소형천국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소형주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 세 나라에서는 일찌감치 소형주택 위주로 주택이 공급됐습니다. 대도시 인구 밀집도가 높고(일본), 영토가 좁아 전형적인 도시국가로 발전(홍콩ㆍ싱가포르)하다 보니 소형주택이 보편화됐습니다. 독신가구와 딩크족(DINK족ㆍ자녀 없이 사는 부부) 확산도 주된 배경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소형주택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형주택의 방향을 진단해봅시다.

 

 

◇ 1~2인 소형가구 급증

 

우리나라에서도 소형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그룹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총 1715만가구 중 1~2인 소형가구가 43%인 743만가구로 집계됐습니다. 10년 전인 2000년 말 460만가구의 두 배 가까운 수치입니다.

 

2020년에는 전체의 47.1%, 2030년에는 51.8%를 1~2인 가구가 차지할 것으로 보고서는 관측했습니다. 주택 수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도시형생활주택, 준주택 등 소형주택 공급이 늘고 있지만 획일화된 설계로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지 않습니다. 수요자의 요구에 대한 진지한 분석 없이 섣부른 정책 집행과 공급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 일본의 소형주택 문화

 

일본에서 소형주택 보급이 활성화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부동산 거품이 심하던 당시 주택업체들이 틈새시장인 1~2인용 주택 임대사업에 나섰으며, 이들은 도심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한 뒤 장기임차계약을 맺고 임대관리를 하는 형태로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1990년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일본 내 주택 개념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었고 사회구조 변화로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형 임대주택 시장은 전성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이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노후주택을 활용한 소형맨션 건립이 보편화됐습니다.

 

▶ 일본의 '세컨드 주택'

 

일본에서는 최근 '세컨드 주택'이 인기몰이 중입니다. 홀로 사는 직장인을 겨냥한 주택이죠. 전용 8.5㎡ 크기의 초소형으로 실내에는 침대와 작은 화장실, 옷을 넣는 붙박이장이 전부입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회사근처의 작은 공동주택에 살다가 주말에는 가족이 잇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주중에 잠자는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도쿄시내의 이런 방 값은 한 달에 5만엔(약 67만원)으로 비교적 부담이 작습니다.

 

▶ 여성전용 주택 `파크럭스`

 

여성전용 주택 `파크럭스`는 사회구조 변화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고소득 싱글여성이 증가했고 이들만을 겨냥한 주택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맨션 입구에 보안용 번호판이 설치돼 있고, 입주자별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지문인식을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아하게 꾸며진 로비 천장에는 보안 카메라가 삼ㆍ사중으로 설치돼 로비 전체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 입구 위쪽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엘리베이터 내부 모습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전용면적은 47㎡ 정도로 은은한 아이보리 색상이 공간 전체를 포근하게 감쌉니다.

 

여유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도록 모든 문은 미닫이 방식이며, 거실, 침실, 욕실 간 벽 면적은 최소화해 개방감을 높였습니다. 자투리 공간들은 수납공간으로 활용했습니다. 임대료는 월 15만엔(약 201만원)으로 도쿄에서도 높은 수준입니다. 수요층도 자연스레 고소득 전문직 싱글여성으로 한정됩니다.

 

▶ ‘셰어하우스’

 

일본 스모경기장인 국기관이 있어 `스모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요고쿠에는 `셰어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이곳 월임대료는 4만~5만엔(약 53만~67만원)으로 파크럭스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별 전용면적 20㎡ 전후로 침실과 화장실만 갖추고 있습니다. 욕실과 식당 등은 공용으로 운영된다. 셰어하우스는 학생들이 주로 이용했지만 금융위기로 경기가 어려워진 요즘엔 회사원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 일본은 소형주택의 천국

 

일본은 말 그대로 소형주택의 천국입니다. 어떤 가격대의 어떤 유형의 주택을 찾든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신주쿠 인접지역인 세타가야구 오기쿠보에는 `바이커즈맨션`이 있습니다. 오토바이 이용자들을 위한 주택입니다. 이곳 용지는 깃발 형태를 띤 `깃발 용지`로 정방형이 아닌 탓에 건물 짓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건물 전체를 유선형으로 설계하고 중앙에 오토바이 주차공간을 설치해 오토바이족 전용주택을 만들었습니다. 전용면적 23㎡ 임대료가 월 10만엔에 달하지만 빈 집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차량으로 5분여 떨어진 거리에 `뮤지션맨션`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철로가 인접해 소음도가 심한 지역에 방음 기능을 높인 음악인 전용 맨션을 지었습니다. 벽체를 두껍게 해 방음 기능을 높였고 일대가 소음도가 워낙 강한 탓에 행여 연주소리가 새나가더라도 민원이 별로 없어 음악인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 홍콩의 '스튜디오형 아파트'

 

홍콩 센트럴지구 소호 지역 내에는 전용 37㎡ 정도의 ‘스튜디오형 아파트’가 많이 있습니다. 전체 100가구 미만의 소규모지만 여러 가지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퇴근 후 아파트 내 피트니스클럽에서 운동하거나 맨 위층 스카이가든에서 이웃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스튜디오형 아파트’는 센트럴지구 내 금융회사 종사자들을 주 수요층으로 삼고 있습니다. 외국 유학을 다녀와 서구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하고 늦게까지 결혼하지 않는 금융인들의 성향을 겨냥한 소형주택입니다.

 


◇ 싱가포르의 ‘공공 소형주택’

 

싱가포르에서는 공공이 주거복지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자택보유율이 85%에 달하는 만큼 정부는 취약계층 주거안정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공공은 주로 전용 45㎡ 이하 소형주택을 공급하고, 35㎡, 45㎡ 크기인 ‘스튜디오 아파트’는 55세 이상 장년과 노인층에, 45㎡ 2LDK(방2ㆍ거실1ㆍ부엌1)형은 월소득 175만원 이하 저소득층에 제공됩니다.

 



◇ 우리나라 소형주택시장 현황

 

우리나라의 경우 소형주택의 대표 격인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원룸텔 등이 사실상 거의 유사합니다. 실내 구성만 봐서는 도시형 생활주택인지, 오피스텔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임대료 수준도 높아 수요층이 한정돼 있습니다. 그나마 임대료가 저렴한 고시원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사실상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어 저소득층 주거불안이 커지고 있고, 정책규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 소형주택의 방향

 

1. 희소성이 있는 다양한 소형주택개발

 

정부에서 도시형 생활주택 건립을 장려하고 있지만 기존 오피스텔과 대동소이한 데다 임대료 수준도 높아 보편화에 한계가 있으며, 소득수준이 낮은 1~2인 가구 등 다양한 수요층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공급돼야 합니다. 일본 사례를 감안하면 획일화되고 대중적인 주택은 결국 외면받게 돼 있으며,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창조적인 주택들에 수요자들이 몰릴 것입니다.

 

2.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춘 미래주택 개발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춘 미래주택 개발에 나서야 합니다. 전통한옥의 단점을 보완한 도시형 생활한옥과 일반주택과 의료시설의 장점을 결합해 노인층용 주택, 여러 세대가 교류해 이웃을 만드는 개념의 세대교류형 주택 그리고 2세대가 거주하는 세대분리형 주택, 개인주택에 독립적인 사무공간을 만든 재택근무형 주택 등 주거유형도 다양화해야 합니다.



2. 공공임대주택강화

 

소형주택 건설은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정책적인 지원을 통하여 민간건설업자의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확대 공급하기 위해 장기전세주택(시프트) 건설과 재개발ㆍ국민주택ㆍ다가구 매입을 적극 추진하고, 소규모 밀착형 시프트 도입, 역세권 이면부 용적률 상향과 시유지 공급 등의 지원정책도 적극실시해야 합니다. 또 민간 임대사업자가 공익 목적의 임대를 할 경우 임대료의 일부를 지원하는 '공익임대제도'를 도입도 필요한 시점입니다.